취재 | SPC삼립 온라인 슬롯자 사망 사고 반복의 원인과 문제 개선 방안을 살피다

지난달 19일 새벽, 경기도 시흥시 SPC삼립 시화 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사망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컨베이어 벨트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윤활유를 뿌리던 중 기계에 몸이 끼어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경찰과 고용온라인 슬롯부는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같은 기업에서 3년 사이 세 번 반복된 죽음

SPC삼립 공장에서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지난 3년간 SPC 계열사 공장에서만 세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2022년 10월 경기도 평택시 SPL 제빵 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소스 배합 기계에 끼어 사망했으며, 불과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23년 8월 경기도 성남시 샤니 제빵 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졌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사망 사고다. 식료품제조업은 산업재해율이 전체 업종 평균의 2배 가까이 높은 분야지만, 이 사실이 SPC삼립에 면죄부를 주지는 않는다. 한국노동연구원 남궁준 연구위원은 “식료품제조업 분야의 산업재해율을 높이는 원인에는 영세한 기업이 많은 점 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영세 사업장은 이익률이 낮아 안전 설비에 많은 금액을 투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양산빵 시장에서 70~80% 내외의 점유율을 확보한 SPC삼립은 대형 사업장으로, 영세 사업장이 지닌 한계와 무관하다. 이에 한국기술사회 정영기 부회장은 “유독 SPC삼립 공장에서 심각한 사고가 반복된 만큼 구조 재정비가 시급하다”라고 전했다. 

SPC삼립 공장에서 그간 발생한 세 번의 사망 사고에서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노동자들이 작업 도중 움직이는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기계 자체에 결함이 있어 사고 예방이 어려운 것일까. 전문가들은 기계가 위험한 것은 맞지만 사고 예방 방안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말한다. 일례로 최성원 교수(서울디지털대 산업안전공학과)는 “사고가 일어난 배합 기계, 반죽 기계, 컨베이어 벨트는 비단 제빵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쓰인다”라며 “과거 사례를 통해 위험을 예측하고 방어 조치를 미리 취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사고 예방을 돕는 안전장치에는 △비상 정지 버튼 △신체 등을 감지하면 기계 작동을 멈추는 센서 △회전축에 사람이 접근하지 않도록 막는 울타리 등이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박종식 연구위원은 “안전장치가 작동하면 행여 작업 도중 실수가 발생해도 산업재해로 이어지지 않는다”라며 안전장치가 없었거나, 있어도 작동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다시 사고가 발생한 근본 원인은

현장에서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문제의 기저에는 이윤 극대화를 위해 노동자의 안전을 등한시하는 기업 관행이 있다. 노동건강연대 전수경 활동가는 “이번 사고의 경우 윤활유가 자동으로 분사되도록 할 수도 있는데 사람이 직접 윤활유를 넣게 한 점이 눈에 띈다”라며 “설비에 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노동자가 위험하게 일하도록 지시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과거 사고에 대해서도 유사한 비판이 나왔다. 김용균재단 권미정 운영위원장은 “2022년 사고는 소스 배합기가 회전할 때 신체 등이 들어가지 않도록 막는 덮개가 있어야 한다는 의무가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며 “생산 물량을 맞추다 보니 일어난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종종 소스 점도가 높아져 기계가 느려지면 노동자가 도구로 저어야 하는데, 덮개를 열면 기계가 멈추고 연결된 생산 공정도 중단될 수 있어 안전장치를 가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위험한 업무 관행에 대해 일환경건강센터 류현철 이사장은 “안전 체계는 있어도 생산 물량을 소화할 시간이 빠듯하면 안전하게 일할 수 없다”라고 규탄했다. 

안전 문제에 관해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전수경 활동가는 “SPC삼립과 같은 대규모 공장에서는 노동자 개인이 직접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그러니 안전 문제 개선을 요구할 수 있고, 현장이 안전해질 때까지 파업과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SPC삼립은 현재 부당 노동 행위에 해당하는 노동조합 탄압 혐의로 법적 분쟁을 겪고 있다. 2024년 4월 검찰은 SPC그룹 허영인 회장을 포함한 관계자 18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고, 허영인 회장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소속 조합원에게 노조 탈퇴를 지시 및 강요했다는 혐의로 지금도 재판 중이다. 이처럼 불균형한 노사관계 때문에 현장에서 위험을 감지해 문제를 제기할 노동조합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며 사고 예방이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2022년 사고 직후 허영인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자구책을 내놓았으나 또다시 사고가 일어나며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는 논란이 일었다. SPC삼립은 2022년 10월 안전경영 관리에 3년 동안 총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2024년 말 기준으로 약속했던 전체 금액의 84%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투자금이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사용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에 관해 홍익노무법인 서진두 공인노무사는 “아무리 안전투자를 많이 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안전한 행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체계가 작동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전수경 활동가는 “안전경영 투자금이라고 하지만 상세 내역을 모르는 이상 무엇을 안전에 관한 투자라고 할지는 기업의 마음이다”라며 “오래돼서 어차피 바꿔야 하는 설비를 바꿔 놓고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안전경영 투자금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라 비판하기도 했다. 

 

'온라인 슬롯자 피 묻은 빵'의 생산을 막기 위해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이 노동 현장에서 최소한의 안전만큼은 보장해야 한다. 전수경 활동가는 “1980~90년대에 최대한 많은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 신체 감지 센서가 있어도 꺼 놓고 일하면서 끼임 사고가 자주 발생했는데, 지금은 그로부터 몇십 년이 지난 만큼 과거의 위험한 업무 관행을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생명은 위협받지 않도록, 기업이 적정 수준의 생산량을 할당해 안전 체계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의수 교수(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는 “‘보여주기식’ 안전 체계가 아닌 현장 작동성이 높은 안전 체계를 노동 환경에 정착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내부적으로 감독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김태우 교수(서울디지털대 산업안전공학과)는 “안전경영 투자금이 실제로 어느 분야에 어떻게 집행됐는지 독립된 외부 기관과 공동으로 감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현장 곳곳에 도사린 위험 요소를 미리 발견해 제거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노사관계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손진우 소장은 “위험 관리의 핵심은 위험에 노출되는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이므로, 노동조합을 적대시하는 태도 대신 어떤 위험 요인이 있는지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에 더해 한국노동연구원 양승엽 부연구위원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갖는다”라고 설명했다. 민기채 교수(한국교통대 사회복지학과)는 “기업은 잠재적 위험일지라도 근로자가 해고·징계 등 불이익 없이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작업중지권이 실효성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도 요구된다. 류현철 이사장은 “노동자에게 위험은 신체 및 정신의 손상이지만 기업에 위험은 이윤 획득에의 장애물이므로 기업과 노동자가 피하는 대상이 서로 다른 것이 당연하다”라며 “정부가 법제를 통해 기업이 산업안전을 고려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사업장 감독을 위해 정부에서 파견하는 ‘산업안전보건분야 근로감독관’(산업안전근로감독관) 수를 확충할 필요도 있다. 2022년 3월 경향신문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해 1월 기준 전국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은 741명으로 1인당 2,896곳의 사업장, 즉 2만 5,295명의 노동자를 담당했다. 사업장 수에 비해 턱없이 적은 인력으로 산업안전을 온전히 보장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서울노동권익센터 이미원 노동안전팀장은 “산업안전근로감독관 수를 확충해 실질적인 감독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여느 때처럼 평범하게 출근에 나선 가족을 더는 볼 수 없게 되는 중대산업재해가 3년 사이 세 차례나 거듭되며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권미정 운영위원장은 “산업재해를 두고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넘어 제대로 된 사고 예방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라며 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안타까운 희생자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이제는 정말 바뀌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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