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석사과정)
박준영(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석사과정)

“500만 학생을 위한 500만 개의 교과서.”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를 미래 교육의 해답이라 부른다. 하지만 풀이 과정이 잘못된 답을 정답이라 부를 수 있을까?

올해부터 AI 디지털교과서가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아직은 일부 과목과 학년에 대한 부분적 시행이지만, 시범사업이 아니라 전면 도입의 첫 단계라는 사실은 실로 우려스럽다. AI 디지털교과서가 미처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교사들은 연수를 받았고, 완성된 이후에도 불과 3개월이라는 짧은 준비기간을 거쳐 학생들에게 배포됐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시급한 전면 도입에 대한 반발은 국회가 AI 디지털교과서를 선택자료인 ‘교육자료’로 지위를 격하시킴으로써 나타났다. 당시 정부는 교육의 형평성을 거론하며 필수자료인 교과서로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2025년 6월 현재, AI 디지털교과서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일부 학교에서만 선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국 채택률은 32.4%에 불과해 저조한 실정이며, 그마저도 대구(98%)와 세종(8%) 등 지역별 편차도 매우 크게 나타나 정부가 내세운 명분인 ‘교육의 형평성’은 의미가 퇴색됐다. 

이런 지역별 편차는 시·도교육청의 재정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2024년 8월 발행된 국회 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의 연간 구독료는 권당 6만원으로, 전면도입 시 매년 약 1.7조원의 예산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독료 외에도 인프라 구축 및 유지보수, 교사 연수 등에 사용되는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준비되지 않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시·도교육청의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자명하며, 종국에는 교육의 지역 불균형까지 초래할 위험이 있다.

한편, AI 디지털교과서의 기반 기술의 한계에 대한 의문도 상당하다. AI 기반의 개인별 맞춤형 학습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AI를 활용해 구현된 시스템은 문제은행에 기반한 문제 추천이나 자동 채점 기능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기술적 한계는 기능상 미비에 그치지 않고, 할루시네이션을 일으켜 자칫 교과서 자체의 정당성을 훼손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일례로, 검정평가 단계에서 몇몇 교과서의 챗봇이 “독도는 분쟁지역”이라거나 “제주 4·3사건은 폭동”이라는 등의 응답을 했는데, 이는 AI 디지털교과서가 교과서 편찬 준거를 위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기술적 한계에 대한 근본적 성찰 없이, 국어 과목을 제외하고 사회와 과학 과목 도입을 1년 유예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로 대응했다.

이런 신뢰성의 위기는 개인정보 처리 문제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025년 5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교육부와 KERIS(한국교육학술정보원)가 정보주체 고지를 누락하고, 개인정보의 활용 목적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시정·개선을 권고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서비스인 만큼 학생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한 철저한 대비 및 위험관리체제가 필요함에도 이를 사전에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는 분명 새로운 가능성을 품은 좋은 답안이다. 하지만 이 씨앗을 멋진 정답으로 꽃피우기 위해서는 충분한 검증과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전면 도입까지 아직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불완전한 기술과 미흡한 제도에 기반한 잘못된 풀이과정이 답안지에 그대로 기록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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