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의 김문수 전 후보는 40% 초반의 득표율이라는 오묘한 성적표를 받았다. 물론 이번 대선 1위와 2위의 득표 차는 민주화 이후 치러진 대선 중 세 번째로 많았다는 점에서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와 뒤이은 대통령 파면이라는 압도적으로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과의 득표율 차이를 10% 미만으로 좁혔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 결과가 기존 지지층의 굳건함을 보여줬다고 안도할 수도 있겠다. 또한 범보수인 이준석 전 후보(이 전 후보)가 받은 8.3%의 득표율을 합쳤을 경우 이 대통령과 거의 반반 승부였다는 점에서 보수 진영이 패배한 것은 아니라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 선거 막판까지 집착했던 보수 단일화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대선 전 양자구도를 가정한 여러 조사와 분석에 따르면 이 전 후보의 표가 온전히 김 전 후보 쪽으로 흘러갔을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 또한 대선 직전 많은 여론조사에서 이 전 후보가 10%를 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다는 점에서 볼 때, 여론조사와 달리 실제 선거에서는 사표 방지 심리로 인해 이미 이 전 후보의 표가 상당수 김 전 후보 쪽으로 빠졌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이번 대선에서의 이 대통령과의 득표 차이는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단일화 등 그 어떤 선거 전략을 가져왔더라도 판세를 뒤집기는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완패라기도 석패라기도 단정 짓기 애매모호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일까? 대선 패배 직후 국민의힘은 차기 지도 체제 선출을 두고 내부 갈등이 선거 이전보다 더 심각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새 원내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는 역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빠른 지도부 선출을 원하는 친한동훈계는 권 원내대표가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기 전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 지명권을 써서 현재 김용태 비대위원장 대신 새 비대위원장을 임명해 비대위 체제를 끌고 갈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며 반발하고 있다. 친윤석열계(친윤계)는 비대위 체제 유지에 무게를 두며 버티는 모양새다. 이번 선거 패배에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친윤계는 반성을 말하고 있지만, 앞서 말한 김 전 후보의 오묘한 대선 득표율로 인해 당권을 내놓을 명분은 없다는 속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김 전 후보 역시 당 대표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은 하면서도 대선 패배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자숙하기보다는 자신의 근황과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노출하고, 현충원 참배 등 공개 행보도 이어나가면서 대선을 기점으로 획득한 당권 장악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심산이 엿보인다.

대선 이후 한국갤럽은 이번 대선에서 특정 후보에게 투표한 이유를 묻는 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이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들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심판을 투표 이유로 가장 많이 들었고, 행정 능력이나 경제 정책 등 이 대통령의 역량에 대한 기대가 뒤를 이었다. 반면 김 전 후보를 뽑은 이유로 가장 많았던 것은 김 전 후보의 도덕성과 청렴함이었고 뒤이은 이유는 이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었다. 사실 얼마 전만 해도 김 전 후보하면 ‘도지삽니다’라는 말로 대표되는 유명한 일화가 바로 떠오를 만큼 갑질의 상징인 인물이었다. 그러므로 김 전 후보를 투표한 이유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도덕성이 꼽힌 원인은 그의 도덕성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사법리스크를 지닌 이 대통령과의 비교에서 온 반사 효과였다고 보는 게 설득력이 있다. 이처럼 두 후보가 얻은 표의 많은 부분은 상대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전자는 김 전 후보 개인보다는 일각에서 ‘내란 정당’이라고까지 일컬어지고 있는 국민의힘 자체에 반감에서 온 것인데 비해 후자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민주당보다는 이 대통령 개인에 대한 반감으로 인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과 이 대통령은 동의어로 보일 만큼 이 대통령의 당 장악력은 크다. 그러나 늘 그렇듯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민주당에서 차지하는 이 대통령의 이미지는 점점 흐려질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에게 주어진 ‘내란 정당’이라는 딱지는 그렇지 않다. 비상계엄 사태와 이후 국민의힘의 대응은 역사에 박제될 것이며 이후에도 틈만 나면 그들을 괴롭힐 것이다. 이 멍에를 조금이라도 헐겁게 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의힘은 내부 권력 투쟁에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대선에 패한 바로 지금,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권 정당으로의 미래는 없다.

 

 

여동하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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