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시내온라인 슬롯 준공영제의 문제점과 필요한 해결책을 짚다
지난달 28일, 전국 22개 버스 노조가 임금 인상 등을 주장하며 노사교섭 결렬 시 동시 파업을 예고했다. 광주에서는 지난 5일(목) 광주 시내버스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했고, 울산 시내버스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 관련 막판 교섭에 나섰지만, 조정이 결렬되면서 지난 7일 파업을 예고했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예고했던 파업을 막판에 뒤집으며 정상 운행했지만, 아직 노사 간 임금·단체협약이 이뤄지지 않아 갈등이 장기화될 모양새다.
노조와 서울시의 ‘임금 해석’ 갈등
시내버스 노조의 임금 협약에 새로운 쟁점이 생긴 배경에는 최근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례 변화가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대법원은 통상임금을 ‘정기성·일률성·고정성으로 소정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으로 정의하며 고정성을 핵심 요건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노동계는 고정적으로 지급되지는 않지만, 재직 조건이나 근무 일수 조건이 붙어 있는 정기상여금 등도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최근 이에 동조하는 하급심 판결이 등장하면서 법리 해석에 균열이 생겼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요건에서 제외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사용자 측이 편법으로 고정성 요건을 회피하며 통상임금을 축소 적용하던 관행에 제동을 거는 조치로 평가된다.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김헌수 본부장은 대법원의 새로운 판결에 대해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지 않은 고정성을 배제해야 한다는 해석”이라며 “판결에 따르면 시급을 낮추기 위해 꼼수로 해 왔던 각종 수당을 폐기하고 기본급에 산입 시키는 방법으로 임금 개편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에서는 해당 판례를 시내버스 노동자의 임금에도 적용하는 것을 두고 노조와 시 사이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대법원의 판결대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이 높아져 임금 총액이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헌수 본부장은 “시내버스 노동자의 경우 상여금·하계휴가비·근속수당 등이 통상임금 재산정에 포함되면 현재 임금 총액에서 전국 평균 약 15% 정도의 인상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정기상여금을 폐지하고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도록 임금 체계를 개편하되, 기존과 임금 총액이 같은 수준까지만 수당 인상 효과를 조절하자는 입장이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김재권 팀장은 “기존의 임금을 유지한 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게 되면 임금이 급격히 오르게 된다”라며 이렇게 되면 “시내버스에 재정을 지원하는 서울시 입장에서는 재정 부담이 커진다”라고 우려했다.
준공영제, 노사 간 팽팽한 줄다리기
시내버스 노동자의 임금 인상이 서울시 재정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원인은 준공영제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 김재권 버스정책팀장은 “준공영제는 버스 운영에 따른 운송수입금 전액을 공공이 관리하되, 개별 회사에는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운송비용 및 적정 이윤을 보장함으로써 과도한 경쟁에 따른 버스의 비효율적 운영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준공영제에서는 운송수지 적자 또한 공공이 채워야 한다. 서울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 제2조 1항에서는 서울시가 “운송사업자의 운송수입 부족분에 대하여 재정 지원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의 취지를 시내버스 노동자 임금에도 그대로 적용하면, 그 인상분은 결국 서울시 재정의 부담이 된다. 강승모 교수(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는 “준공영제 구조상 손실의 대부분을 지역이 부담하기에 각 운송 사업주는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있다”라며 “사업주는 실질적인 비용 부담 없이 운영의 이익만을 누릴 수 있는 구조”라고 짚었다.
준공영제의 구조적 한계 아래, 크고 작은 파업이 반복되며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2022년 4월에는 전국 시내버스 총파업이 예고됐다가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된 바 있었고, 지난해 3월 28일에는 서울시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을 강행해 반나절 간 버스 운영이 중단됐다. 버스가 운영을 중단하거나 운행 여부조차 불투명해질 때마다 시민들은 불편을 떠안고 있다. 공공교통네트워크 김상철 정책센터장은 “시내버스 파업은 버스 요금 인상 직후나 선거 등 정치적 일정이 있을 때마다 반복됐지만, 시민의 공익과 안전이 파업의 주요 의제가 된 적은 없다”라며 “재정 확보를 위한 ‘기획된 파업’이 반복될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시내버스 노조는 파업을 통해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사업주는 이를 방관하는 상황에서, 파업에 따른 불편은 시민에게, 그 책임은 지역에 돌아간다.
준공영제 모순 속에 공공버스의 앞날은?
일각에서는 준공영제의 구조적 문제를 들며, 점차 공영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버스 운영 구조에서는 사모펀드가 상당수의 버스 회사를 인수해 투자수익을 내지만, 서울시는 운영수입금으로 메워지지 않는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의 재정이 악화하고 시에서는 노동자의 정당한 임금 인상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관해 강승모 교수는 “정부 설립 공사가 운행 적자가 심한 노선부터 낮은 가격에 차례로 인수하며 점차 완전한 공영제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준공영제 내에서 운영 효율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안정적 재정 지원으로 버스 사업이 배당금을 얻을 수 있는 흑자 사업이 된 만큼, 민간 버스 회사가 소유한 노선권을 서울시가 모두 사들여 공영제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김재권 버스정책팀장은 “결국 시내버스에 대한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버스 운영을 효율화해 운송비용을 낮춰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유재호 사무부처장은 지자체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안에 대해 “전시행정에 쓰는 불필요한 예산을 버스 교통 복지 예산에 전환해 집중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라며 “시민의 이해를 구해 물가 인상률에 따라 버스요금을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마을버스가 시내버스와 같은 전철을 밟는 상황에서, 마을버스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숙고를 거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민영제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의 마을버스는 최근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환승제도 탈퇴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과거 시내버스가 준공영제로 전환되기 전 겪었던 재정 압박이 마을버스의 경우에서도 반복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단순한 재정 보전 차원을 넘어 구조적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준공영제로의 전환에 소극적이다. 강승모 교수는 “서울시는 마을버스를 (준)공영제로 전환하면 재정 지원 부담이 발생하므로 민영제 유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오히려 마을버스가 적자여서 시가 노선권을 사들일 확률이 큰 지금이 공영제로 바꾸기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공공 버스의 운영을 위해서 준공영제에 대한 면밀한 점검 및 보완을 거쳐 마을버스 또한 준공영제 내로 포섭하거나, 필요하다면 완전한 공영제 전환까지도 염두에 두고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파업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며, 통상임금 개편과 이에 따른 임금 인상 역시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정당하게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시내버스 노조와의 갈등 상황에서, 이 모든 부담을 고스란히 지역이 떠안는 현행 준공영제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함과 동시에 시민의 이동권과 공공서비스의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준공영제의 구조적 한계를 직시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준공영제의 한계를 보완할 적극적 대책이 마련돼 시내버스, 더 나아가 모든 버스가 진정한 ‘시민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