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열린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는 일부 대의원의 미흡한 태도로 성숙한 공론장의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제64대 총학생회(총학) 「Signal」 탄핵안 의결을 위해 열린 이번 전학대회는 정족수 미달로 개의가 두 시간가량 지연됐고, 개의 이후에도 일부 대의원의 장난스러운 언행과 무책임한 태도가 이어졌다. 전학대회에서 이런 모습이 연출됐다는 사실은 학생사회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학생사회의 중요한 안건이 논의되는 전학대회 불참은 대의원이 소속 단위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기본적인 책임조차 방기하는 행위다. 특히 이번 전학대회는 총학의 탄핵 여부를 판단하는 중대한 자리였기에, 어느 때보다 대의원들의 책임감 있는 참석이 요구됐다. 그럼에도 개회 당시 자리에 있었던 대의원은 88명에 그쳤고, 논의를 위한 정족수 106명을 채우지 못해 장시간 지연됐다. 임시 회의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전학대회 역시 회칙에 따라 8일 전 소집이 공고돼 절차대로 이뤄진 회의였다. 오후 11시 55분 표결 시에는 112명이 모여 투표가 성사되기는 했으나, 전체 대의원 158명 중 약 29%는 전학대회에 불참해 학생사회 대표자로서 책임에 소홀했다. 탄핵안에 대한 의사 표명을 위해 불참을 선택했더라도, 학생 자치의 중요한 논의가 열리는 자리를 외면하는 방식은 책임 있는 학생사회 대표자의 태도로 보기 어렵다. 특히 전학대회가 건설적인 공론장이 되기를 기대하는 구성원에게 이런 태도는 학생사회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전학대회에서 탄핵안을 발의한 대의원들이 보인 소극적인 태도와 책임 회피 역시 회의의 엄중함을 망각한 무책임한 행태다. 이번 전학대회의 유일한 안건으로 상정된 총학생회장단 탄핵안은 대표 발의자인 자유전공학부 백장운 당시 학생회장(자유전공학부·23) 외 40인의 연서로 발의됐고, 의결에 앞서 백 학생회장이 제안설명을 맡았다. 그러나 질의응답 도중 탄핵안 발의 목적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백 전 학생회장은 “심적인 모욕감을 느낀다”라며 돌연 퇴장했다. 그는 약 1시간 만에 복귀하며 “웰컴백, 자전 정입니다”라는 농담을 해 회의의 무게감을 스스로 심각하게 훼손했다. 백 전 학생회장이 갑자기 나가 대표 발의자가 없는 상황에도 안건에 대한 질의응답은 이어져야 했지만, 공동 발의자 40인 명단은 공개되지 않아 아무도 안건 설명에 나서지 않았다. 결국 탄핵안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상태로 안건에 대한 찬반 토론이 이어졌고, 탄핵안의 세부 내용에 대한 질문은 해소되지 못한 채 표결이 진행됐다. 탄핵안은 개인이 아닌 40인의 연서로 발의된 만큼, 발의자 모두가 그 정당성과 목적을 설명해야 했음에도 그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총학 탄핵안은 부결됐지만, 학생사회가 얻은 교훈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남은 임기 동안 총학과 총운영위원회, 그리고 각 단위 대의원은 책임감 있는 태도로 직무에 임하며 보다 성숙한 공론장으로서의 전학대회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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